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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의 유래와 역사, 죽의종류, 나라별 특색

by noblerich 2024. 9. 19.

 

예전에 찾던 죽은 몸이 아파 입맛이 없을 때, 병원 치료 등을 받으며 제대로 음식 섭취를 하지 못할 때 찾던 음식이었다면, 요즘은 평소 간편 식으로 또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 끼 식사용으로 즐겨 먹는 죽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죽의 역사와 죽의 종류, 세계 나라별 죽의 특색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죽의 유래와 역사

죽은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로, 오랜 역사와 깊은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죽은 곡물조리의 최초형태로 추정되며 묽은 상태의 죽이 그 후 된죽, 진밥으로 변화, 발전했을 것이다. 농업국에서 죽은 농경문화가 싹틈에 따라 물과 함께 곡물을 넣어 가열하였을 것이니 이것이 죽의 기원이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떡이나 밥보다 먼저 시작된 음식이며 초기 농경시대부터 조개류나 들짐승 고기, 산채 등을 곡물에 섞어서 끓인 죽이 주요 음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죽은 고려이전의 문헌에는 많은 기록을 찾을 수 없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기록이 많다.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1795)」에 '서울의 시녀들의 죽 파는 소리가 개 부르듯 하다'라는 말이 나와 죽이 조선시대에 매우 보편화된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사친효양을 인간의 기본 도덕으로 삼는 풍습 아래 노인영양학이 일어나 1620(광해군 12) 이창정의 「수친총서류집」이란 노인영양서를 비롯한 다양한 문헌에서 노인음식, 약이성 음식 등 장생술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친효양을 위한 노인식으로서 죽의 비중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죽은 곡물로 만든 음식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음식이다. 중국 <서경>에 죽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오는데 황제가 비로소 곡물을 삶아서 만들었다 고 하였다. 농경문화가 싹틀 무렵부터 인류는 토기에다 물과 곡물을 넣고 가열한 죽을 만들어 먹었다. <예기>에는 죽에는 전(범벅 또는 된 죽)과 죽(미음)이 있어서 된 것은 전, 묽은 것은 죽이라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죽을 파는 행상이 많았고, 죽은 매우 보편화된 음식이었다. 사친효양을 위한 노인식으로서의 죽의 비중도 적지 않았으며, <국조오례의>에서는 상례 때는 슬픔에 지쳐서 밥을 먹을 수 없으니 죽을 먹게 하였고, <미암일기초> 4월조에는 권득경 장손의 상을 입었을 때 죽을 쑤어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죽을 탕으로 표기하는 일도 있다. <요록>에서는 콩죽을 ‘두 탕’이라 하였다. 죽의 기본 재료는 곡물이지만 여기에 다른 여러 가지 식품을 섞어서 쑨 죽이 <임원십육지>, <증보산림경제>, <요록>, <군학회등>, <규합총서>, <능정회요> 등 다양한 조선시대 조리서에 다채롭게 전개된다. <영조실록> 영조 49년 12월조에는 왕은 선전과에 명하여 종루의 걸인을 선혜청에 모아 놓고 죽()을 내렸다 는 기사가 보이는데, 이렇듯 구료식으로도 흔히 쓰였었다.

 

죽의 종류

죽은 모두 곡물로 만드는 유동식 음식으로, 곡물을 알곡으로 또는 갈아서 물을 넣고 끓여 완전히 호화시킨 것이고, 미음은 죽과는 달리 곡물을 알곡 째 푹 고아서 체에 거른 것이다. 이는 미음 또는 보미로 마시는 쌀이라는 뜻으로 쌀을 재료로 물을 많이 넣어 묽게 끓여 낸 뒤 건더기를 걸래 낸 것을 가리킨다.  응이는 곡물의 전분을 물에 풀어서 끓인 것으로 훌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묽다. 이는 의이라고도 한다. 의이는 본래 율무를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곡물을 갈아서 얻은 녹말로 쑨 죽을 통틀어 의이 또는 응이라 하게 되었다. 『성호사설』에 의하면, 의이란 본래 곡물의 이름인데, 죽의 이름의 하나로서 의이를 들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증보산림경제』나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보이는 의이죽은 율무를 맷돌에 갈아 녹말앙금을 앉혀서 죽을 쑤는 것으로 응이와 조리법이 같다. 이러한 의이죽 조리법이 응이로 불리게 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800년대의 조리서에는 녹말로 쑤는 죽을 통틀어 응이 또는 의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만드는 법은 녹말에 물을 붓고 주걱으로 저어서 말갛게 익히면 된다. 물의 양으로 농도를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다. 곡물을 갈아서 그대로 쓰지 않고, 고운 베자루나 무명자루에 넣어 뿌연 물을 모두 짜내고 이것을 가라앉혀서 얻은 녹말로 쑤는 것이 곡물을 갈아서 죽을 쑤는 무리죽이나 암죽과 다른 점이다. 매우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유동식이므로, 노약자나 아기에게 적합하다. 죽에다 곡물 이외에 채소류, 육류, 어패류 등을 넣고 끓이기도 한다. 곡물에 열매를 넣은 죽으로 잣죽, 깨죽, 호두죽, 녹두죽, 콩죽 등이 있고, 채소를 넣은 죽으로는 늙은 호박죽, 애호박죽, 표고죽, 아욱죽 등이 있고, 어패류 죽으로는 전복죽, 어죽, 조개죽, 피문어죽 등이 있으며, 육류죽으로는 장국죽, 쇠고기죽, 닭고기죽 등이 있다.

  

나라별 죽의 특색

중국에서는 아침식사로 죽이 보편적이다. 보통은 흰 죽을 먹지만, 흰 죽만 먹으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소스를 바른 튀긴 빵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다. 간장에 설탕을 넣고 졸여 달콤 짭짜름하게 만든 소스에 꽈배기빵을 찍어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고 아침 식사 메뉴로서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다. 쌀만 넣은 흰 죽을 먹는 경우 반찬으로 발효시킨 두부(취부나 부유)나 피단 같은 발효시킨 새알 등을 잘게 썬 것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그냥 먹으면 발효된 단백질 특유의 냄새 때문에 먹기 거북한 반찬일지라도 죽과 함께 먹으면 냄새는 희석되고 특유의 감칠맛과 짠맛이 흰 죽의 맛을 돋워 주기에 두 음식을 따로 먹는 것보다 맛있어진다. 홍콩에서는 특히 죽집이 흔해서 일반 식사를 죽으로 때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죽집들이 다소 고급화된 것과 달리 홍콩에서는 가장 싸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다. 가장 기본적인 흰 죽부터 건더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것까지 다양하다. 일본에서도 죽이 있지만, 주로 흰 쌀죽 위주이며, 특이한 죽으로는 차죽이라고 해서 우려낸 차를 넣어 일반죽보다 묽게 해서 먹는 요리도 있다고 한다. 칡가루와 쌀을 같이 끓여 츠유를 풀어 먹는 죽요리도 있으며 계절 한정으로 봄나물로 쑨 하루노나나구사가유(春の七草粥)도 있다. 태국에서는 쪽 (โจ๊ก)이라고 부르며, 죽보다 쌀알이 살아있는 경우는 카오똠 (끓인 쌀)이라고 하여 구분하여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죽보다 먹기 좋게 간이 좀 더 되어 있고, 다진 돼지고기가 소량 들어간다. 취향에 따라 다진 돼지고기 완자를 몇 개 넣기도 하며, 반 가른 피딴, 버섯 등을 넣기도 한다. 다진 파와 길게 썬 생강 등의 고명을 얹어 먹는 것이 가장 정석이다. 고명들은 식감을 위해서 먹기 직전에 직접 뿌려서 먹는다. 유럽에서는 죽과 비슷한 귀리로 만드는 오트밀이 있다. 아예 귀리죽이라고 번역하는 소설도 있을 정도로 캐주얼한 번역에선 아예 죽을 rice porridge로 번역하기도 한다올리버 트위스트  18~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는 간혹 gruel(그루얼)이란 단어가 나오는데 미음 혹은 응이에 가까운 죽을 일컫는 말. 미국 등에서 동양식 죽요리를 컨지(congee)라고 하는데, 이는 타밀어로 죽이라는 뜻인 '칸지(கஞ்சி, kanji)'가 포르투갈을 거쳐 영어로 소개되어 생겨난 말이다. 볶음밥으로 알려진 리조또도 사실 볶음밥보다는 식감상 버터가 들어간 된 죽에 가깝다. 영국에서는 귀리를 일반적으로 말의 먹이로 주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사람이 먹는 곡물 중의 하나로 취급했다. 영국은 제분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 오트밀은 거친 음식이었으며, 대항해시대시절 영국해군, 상선, 해적은 쉽비스켓이라는 건빵과 염장고기/육포를 넣고 푹 끓인 랍스카우스라는 죽을 먹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가정식으로 죽 비슷한 것을 자주 먹는다. 카샤라고 부르는데, 주로 메밀, 호밀, 귀, 보리, 오트밀등의 잡곡으로 만든다.

 

의식주 중에 식()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먹을 게 없던 옛날에는 허기를 달래기 위한 한 끼 식사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재료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맛으로 음식을 보고, 듣고, 즐기는 하나의 음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며, 먹방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음식 관련 콘텐츠들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던 죽이 단순히 여러 음식 중 한 가지가 아닌 모든 음식들의 기원이라는 사실은 저에게 새로웠습니다. 오늘은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건강하고 색다른 재료를 활용한 죽으로 입과 몸이 편안한 식사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